A Split Moment 찰나
Exhibition Details
A Split Moment 찰나
May 31, 2023 - Jul 7, 2023
Introduction
《찰나 A Split Moment》 전시 작가 지심세연(‘G-sim’ Seyeon, 1984)은 지금 여기에 자신을 맡기며 시간의 찰나성이란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찰나’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아주 짧고 빠른 시간을 비유할 때 사용하거나, 불교에서는 시간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현대 시간으로 환산할 시 75분의 1초로 물리적인 느낌조차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심세연은 이같은 ‘찰나’를 작품의 화두로 다루는데, 그가 말하는 ‘찰나’의 순간에는 현재의 시간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동시적으로 응축되어 있다.
지심세연이 ‘찰나’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대상은 폭발하는 불꽃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파도의 형상이다. 그는 작업 초기에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형상으로 변화하는 대상을 찾아 폭발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불덩어리와 굉음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폭발의 분출과 속도감은 상상만으로도 충격적인 인상을 남긴다. 지심세연은 타오르는 폭발의 형상을 원초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붓 대신 손가락으로 물감을 문지르고 튀기며 그림을 그린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자신의 마음에 들끓는 감정을 분출하는 일련의 행위이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지심세연은 과거 개인적인 사업과 인간관계의 위기 속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지금, 현재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상황과 감정을 몰입하여 관찰하고 동시에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심세연에게 ‘찰나’에 집중한 창작 활동은 순간순간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감정을 정리하게 도와주는 길잡이의 역할이 되었다. 다만, 이전에는 창작의 주된 동기가 자신의 육성을 호소하는데 집중되어 있었다면, 근작은 타인의 공감을 부르기 위해 양식적 측면에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파도’ 연작 <북촌리>, <구엄리>와 같은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가늘지만 사방으로 강렬하게 흩날리는 형상의 물감 흔적은 불꽃처럼 한순간에 일어나는 파도의 힘과 속도감을 전달한다. 또한 거칠지만 고요하게 묘사된 바다의 물결 형상은 언젠가는 끝나버리는 불길과 달리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흐르는 물길의 시간성을 나타낸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시간성에 대한 암시는 거센 물보라를 견디는 바위를 통해서도 포착된다. 당장에는 확인할 수 없지만 물보라를 견디며 서서히 변화될 바위의 모습이 그 단적인 예다 .
이처럼, 지심세연의 작업은 어떤 찰나에 집중하는 삶이 과거나 미래를 회피하며 현재에 멈춰있겠다는 맹목적인 태도가 아니라, 저마다 마주하고 지나보내고 있는 찰나를 대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핑거페인팅 기법으로 재현된 각각의 도상은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의 고유한 감각을 본능적으로 일깨운다. 모든 것의 그 결국을 다 알 수 없는 한계 속에서, 현재에 더욱 충실하게 존재하는 지심세연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찰나를 마주하며 현재의 삶을 더욱 견지(堅持)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임소희 (BHAK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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