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 b : Soon Jae & yissho

plan b : Soon Jae & yissho

Exhibition Details

plan b : Soon Jae & yissho

Dec 23, 2020 - Dec 30, 2020

Introduction

“역대 최악의 해.” 미국 타임지는 12월호 표지에 2020년이라는 숫자 위로 붉은색 X표시를 그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은 올 한 해를 온전히 집어삼켰다. 그간의 안부를 확인하고 새로운 포부를 나누는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져야 할 연말 역시 서늘하기만 하다. 진보된 기술로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인류는 국경, 분야를 막론하고 부지런히 세워 둔 ‘계획’을 엎고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세워야만 했다.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 발생하는 돌발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plan b라고 한다. 2020년은 plan b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었다. 변화의 원인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우리는 적응하는 법을 찾으며 삶을 꿋꿋이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순재 (Soon Jae) × 오시영 (yissho) 작가 역시 plan b를 세워야만 했다. 연초부터 준비한 해외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오랜 시간 공들여 세운 계획을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고민했다. 이들이 찾은 방법은 외부 환경이 극도로 통제된 시대에 내적 탐구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온 두 젊은 작가는 하늘길이 막히고 전시장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나’에 대한 물음을 ‘몸 (body)’을 통해 표현해내로 한다.

김순재 (Soon Jae)는 사람마다 다르게 새겨진 고유한 신체적 특징인 지문에 주목한다. 모든 사람들은 손가락 끝 마디 안쪽에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지고 있다. 대뇌와 신경이 연결돼 있는 지문 패턴은 사람에 대한 무수히 많은 정보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신원 확인 용으로 사용될 정도로 사람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상징이다. 작가는 이를 ‘몸 (body)’ 내부로부터 흘러나오는 리듬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원초적 감각을 다양한 시각으로 재현해내며 회화적 서사로 풀어낸다.

평소 몸의 흉터와 살가죽을 이용해 작업을 해오던 오시영 (yissho)은 이번 신작에서 관을 연상시키는 액자 프레임과 문신용 바늘 등 여러 혼합매체를 이용해 필연적으로 소멸되어가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을 다룬다. 작가는 흉터에 주목한다. 흉터를 단순히 몸에 난 흠집이 아닌 특정한 기억과 감정들이 물리적으로 재현되는 자기주장을 가진 일종의 언어로 받아들인다. 이에 더해 문신(이미지)에 대한 연구에 영향을 받아 살가죽이 본연의 형태로서 가진 예술적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한 작가는 ‘몸 (body)’을 통해 유기(체)적인 서사를 형성하는데 주목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 둘은 유기체로서 소멸해가는 몸과 리드미컬한 에너지로서의 몸의 조각들을 혼합-배치 시키고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된 몸을 뒤섞어 또 다른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